- 남들에게 말하기에 앞서, 자신의 의견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는 버릇이 생겼다. 서툰 말로 다른 사람과 마찰을 빚고 싶지 않은 것처럼. 그런 덕에 본래도 빠르지 않던 말은 조금 더 속도감이 없어져 언뜻 듣기에도 답답한 감이 있다. 시간을 주고 말을 걸면 생각보다 꽤 수다스럽다.
- 공부에는 여전히 취미가 없다. 2년간 마땅히 하고 싶은 일도, 잘할 수 있는 일도 찾아내지 못했다. 교과 성적 미흡. 부활 참여 저조. 무언가, 나도 잘할 수 있는 게 생기면 좋겠다. 좋아하는 게 생기면 즐거울지도, 하고 생각은 하고 있지만……. 무언가 성취해낼 만큼 적극성이 없는 것이 문제다. 스스로도 문제점은 알고 있지만 해결할 생각이 없을지도.
- 함께 지내던 형제는 요란한 점은… 정말, 여전하다. 보건소에 일하던 누나는 공부를 좀 더 해야겠다며, 일과 공부를 병행하고 있다. 서른이 넘어버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진취적으로 하고 싶은 것은 뭐든지 다 해버리는 모양. 미소카는 그런 누나의 모습이 대단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형 쪽은 대학병원에서 함께 일하던 동료와 사랑에 빠졌다. 한창 불타오르는 연애 초창기. 가끔은 집에도 그 사람을 데리고 오곤 하는데……. 미소카는 형의 연애 상대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어렵고 어색하기만 하다. 집에 안 데리고 오고 밖에서 놀면 안되나… 하는 마음은 갖고 있지만 형에게 말해본 적은 없다. 최근 일주일에는 형제들과 그 사람이 파티를 하기도 했다. 형의 연애는 순조로운 모양이다.
1년이 넘게 여행(추정)을 다녀왔던 부모님이 2학년 후반 무렵에 돌아왔다. 미소카는 부모님이 마냥 놀러 간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건 아닌 모양이다. 자신의 일에 대해 이야기해주지 않는 부모님 덕에 미소카는 두 분이 어떤 일을 하고 있긴 하구나…. 하고 생각할 뿐 정확히 어떤 일을 하시는지, 어디로 가는지도 잘 모른다. 자신보다 나이가 10살은 위인 누나와 형은 알고 있는 모양이지만 물어봐도 알려주지 않는다. “너는 말해줘도 잘 모를 거야” 하며. 미소카는, 그런 형제들이 원망스러울 때도 있으나 언젠가는 말해주겠지. 하고 기다리는 중이다. 그런 이유로, 부모님에 행방에 대해서 물으면 “몰라” 하고 대답하곤 하는데 그것은… 정말로 모르기 때문이다. 가끔은 부모님에 대해서 물어보면 짜증을 내기도 한다.
4단지에서 여전히 형제들과 함께 거주 중이다. 돌아왔던 부모님은 한 달 전 다시 어디론가 훌쩍 여행을 떠났다.
방학 때에만 하던 파트타임은, 가끔 대타가 필요할 때 평일에도 시간 수당을 받고 나가곤 한다. 여전히 통학로에 익숙해져 이제는 꽤 빠르게 오갈 수 있음에도 여전히 번화가에 나가는 것을 꺼리기 때문에 자전거를 타고 둘러 둘러 오가는 모양. 미소카에게 자전거를 타는 것은 여전히 즐거운 일이다. 이제 등굣길 사고로 큰일이 없는 한 지각하는 일은 없다. 하지만 여전히 크고 작은 사고는 생기는 모양이지만, 어쨌든. 등하교 시간을 제외하고도 이곳저곳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니는 취미가 생겼다. 번화가를 제외해두고 천문대에서부터 신사, 문화회관까지. 센키쿠에 모르는 골목은 이제 없을 정도.
입학 여행을 다녀온 이후 바로 핸드폰을 샀다. 사용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 초반에는 좀 애를 먹었지만 이제는 꽤 자연스레 다룰 수 있는 수준. 하지만 어디까지나 핸드폰은 부가적이란 느낌으로, 들고 있기는 하지만 막상 전화를 걸거나 메시지를 보내면 잘 받지 않는다. 평소에도 그다지 연락은 잘 안 되는 편. 말로 하는 게 가장 빠르다. 아날로그 인간. 친구들을 따라 게임도 이것저것 해보고는 있는 모양이지만… 그다지 손에 익지는 않았다. 게임도 어디까지나 평범한 수준으로 중간 정도는 간다.
늘 지니고 다니던 크로스백은 아직도 여전히 함께하고 있다. 꾸준히 써온 것이어서 약간은 오래된 티가 나지만 본인이 손이 탄 물건은 쉽게 버리지 못해 3학년이 된 지금도 여전히 함께하고 있다. 가방 안에 넣고 다니던 토끼 인형은 이제 바깥으로 나왔다. 촉감이 썩 괜찮은 듯 심심할 때는 주물거리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크로스백 내용물 : 핸드폰, 노트, 필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