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오래 그 시간에 멈춰 있었는지, 생각하면 할수록 고등학생이란 대단하다 싶어요. 왜, 젊고 어리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이 있잖아요? 지구 지키기도 그랬어요. 사실 우리는 그때 열아홉이었으니까… 조금 늦은 감은 있었습니다. 만화 영화나 동화나 판타지 소설이나, 열아홉보다 까마득하게 어린 나이에 지구를 지키잖아요. <해리 포터>의 해리라거나, <원피스>의 루피라거나, <에반게리온>의 신지, 그리고 차원을 넘어간 수많은 영웅들 모두 열여섯에서 열여덟 살이죠. 말하자면 열아홉 살의 우리는 유통기한이 조금 지난 상태였습니다. 어느 정도는 이미 현실과 타협을 마쳤고, 어느 정도는 학교 밖의 사정을 걱정해야 했고, 어느 정도는 행동하기 전에 어른이 된 자신을 생각해야만 했습니다. 지구를 지키기에 우리는 너무 현실적이었던 거예요. 멋모르고 부딪히기에는 돌아봐야 할 게 너무 많았죠. 모험을 떠날 수도 없었어요. 냉큼 이상을 좇아 떠나기에도 열정이 없었습니다. 그래도 우리는 시도했어요. 말도 안 되는 신의 요구를 들어주기 위해서, 평생 해볼 일 없었던 고민을 하고, 모임을 가지고, 행동을 했습니다. 단순히 지구를 지키기 위해서 말이에요. 어쩌면 유치한 의무. 의도를 짐작할 수 없는 문제들. 수많은 개인적인 까닭이 있었지만 아무튼 중요한 사실은… 우리가 결국 지구를 지키기 위해서 움직였다는 것입니다. 우스웠어요. 시시했습니다. 황당하기도 했고요.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재미있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