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에서 가장 먼저 사라지는 건 소리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어요. SNS발 소문이니 정확하지는 않지만, 사람을 잊을 때 가장 먼저 잊히는 건 목소리라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그날 운동장에서의 모든 소음이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소방차 사이렌 소리,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 담임선생님이 우리를 찾는 소리, 상공을 가로지르는 비행기, 바람이 불어 나뭇잎 스치는 소리…… 어디 소리만 기억하겠어요? 본 것, 들은 것, 찰나를 스쳐 지나간 것 모두 선명합니다. 소방대원 모자가 무슨 색이었는지, 옆에 선 한 학년 후배가 어떤 표정으로 웃고 있었는지, 내리쬐는 태양이 얼마나 강했는지, 시야 한가운데서 흔들리는 물방울 덩어리도 있었죠.


 매일 출석하던 학교와 그저께 같은 어제와 어제 같은 오늘과 오늘 같은 내일이 일상이었던 고등학교 3학년 여름. 그 사건은 평면으로 남은 어릴 적 모든 기억 중 이질적으로 툭 튀어나온 것이었습니다. 손끝으로 더듬으면 들어가고 나온 모양새가 느껴졌지요. 어떤 부분은 거칠거칠했고 어떤 부분은 음푹 패여 있었고 어떤 부분은 끈적끈적했습니다. 저는 그게 참 싫지 않았어요. 하루하루, 매 분 매 초가, 거기 존재했던 모든 사람이, 서로 다르게 기억된다는 것이요.


 숨을 크게 들이마셨습니다. 여름의 더운 공기가 허파를 가득 채웠어요. 그건 제 몸 안에서 돌고 날숨을 통해 빠져나가겠지요. 저는 그렇게 유지되면서 그렇게 변할 거예요. 눈앞에는 어제와는, 점심 시간과는, 15분 전과는, 몇 초 전과는 다른 학교 건물이 우뚝 서 있었습니다. 곁에는 또 다른 나의 친구와 제가 아는 사람들이 함께였죠. 손은 잡고 있지 않았지만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우리를 아주 느슨하게 연결했습니다.


 소란하고 눈부신 여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