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없는 여름방학이 지나갔습니다.

 우리는 많이 변했지만, 어쩌면 변하지 않았고, 시요우 학원은 그대로입니다. 아직 지구가 멀쩡하듯이요. 금붕어 신은 그 이후로 나타난 적이 없습니다. 세상 사람들은 여전히…… 여러분만이 간직하고 있을 비밀을 알지 못합니다. 많은 학생과 교사들이 3학년 2반을 소동의 중심으로 생각하지만 아주 예의 주시하지는 않습니다. 방학 이후 3학년 2반은 물론이고 학교 전체에서 별다른 사건이 생기지 않아서일지도 모릅니다.


 8월 말 개학을 하고 9월 한 달 동안은 모두 바빴습니다. 동아리 인수인계가 얼추 진행되었고 학교 안팎으로 자잘한 것들이 개편되었습니다. 이제 3학년도 반 정도 진행된 시점이니, 누구도 여러분에게 동아리 실적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예컨대 9월 중순 선거를 통해 새로운 학생회장이 당선되었습니다. 별관 1층을 증축해 영화부연극부에게 새 부실이 생겼습니다. 야구부와 테니스부는 방학 동안 이런저런 외부 대회에서 알게 모르게 성과를 보였습니다. 문예부는 여러 문제 학생을 강제 퇴부시킨 후 ‘도서부’라는 이름으로 새출발을 시도하는 중입니다. 코바야시 선생님은 여전히 씩씩하시고, 와타나베 선생님은 두어 주 전부터 임산부 배지를 가방에 걸고 다니십니다. 별일 없는 시간이 멈추지도 되돌아가지도 않고 흘렀습니다. 9월 초부터는 전교 학생들이 동복을 입기 시작했습니다.

 더불어, 방학이 끝나자 기숙사도 완공되었습니다. 어느 정도 성적이 된다면 누구든 기숙사에서 통학할 수 있습니다.

 학교 밖으로는 변한 것이 거의 없습니다. 전차역 남쪽 출구 에스컬레이터가 공사 중이며, 천문대는 세미나 준비로 주관측실을 당분간 방문객에게 닫아 둔다고 합니다. 카페 톨토이와 도시락집 이코나는 언제나처럼 영업 중입니다. 아이스크림 전문점 30플레이버에서는 날씨가 추워져 며칠 전 새 케이크 메뉴를 선보였습니다.


 10월, 2학기 중간고사가 마무리되고 수험은 한 발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성적표가 배부되었지만 눈에 띄는 이변은 보이지 않는 듯합니다. 그래도 수험이 코앞이라고, 전체적으로 많은 학생이 전보다 시험공부에 힘을 쏟은 것이 느껴집니다. 며칠 전 성적표가 개별 배부되고 3학년 2반 학생들은 대부분 대학 진학과 졸업 후 계획에 대해 담임선생님과 진로 상담을 마쳤습니다. 누군가는 부모님과 함께 담임선생님을 만나뵈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상담은 진지하고 조심스러웠습니다.

 그렇게 며칠 가라앉은 분위기는 문화제 개최 소식이 들려와 조금 활기를 되찾았습니다. 올해 문화제는 10월 11일과 12일 이틀 동안 진행될 예정입니다. ……문화제가 끝나면 3학년 학생들은 다시 모의 시험과 학교 설명회, 답답한 수험 공부로 돌아가야 합니다. 그러니까 모두, 여유가 있을 때 최선을 다해 놀아두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요.







 시요우 학원은 동복 역시 포인트 컬러 없는 까만색입니다.

 기본적으로 블레이저 교복으로, 니트조끼와 가디건은 착용하지 않거나 교차 착용해도 문제가 없습니다. 남학생의 가디건이나 여학생의 니트조끼 모두 시요우 학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입니다. 블레이저 겉옷은 성별 구분 없이 동일하며, 품이 넓은 디자인인데 그렇게 따뜻하지는 않습니다. 하복도 그랬듯 체육복을 포함한 사복은 교복과 혼용이 원칙적으로는 금지되나…… 3학년이니까요. 적당히 눈감아주는 분위기입니다.

 체육복은 변함없는 붉은색입니다. 슬슬 체육복 속에 다른 옷을 받쳐입지 않으면 추워지는 계절이 올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