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입학 후 일주일이 지나면 1학년 학생들은 입학을 기념해 수학여행길에 오릅니다. 이런 단체합숙은 1학년 입학여행을 제외하면 3학년 말 졸업여행이 유일하기에 거의 모든 학생이 여행에 참여합니다. 주말을 끼지 않고 2박 3일간 진행되며 보통 여행지는 교토나 오사카 쪽으로, 해외까지 나가는 일은 없습니다. 졸업여행도 사실 비슷한 장소로 가고는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은 학생회의 건의로 졸업여행만은 해외를 계획하기도 한다나 봐요(이건 몇 년이 지나야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아무튼 올해 입학여행 목적지는 교토랍니다.

 입학여행의 특이한 점이라면, 반 단위로 학생이 묶이지 않는다는 점인데요. 한 조는 1반에서 6반까지의 학생을 한데 섞은 뒤 임의로 묶은 스무 명에서 스물 다섯 명 정도로 구성됩니다. 취지는 단순히 ‘모두와 친목을 도모하자!’라고 하던데… 이런 시도 때문에 본인의 반과 수학여행 조를 헷갈리는 학생들도 많이 발생하지요. 그리고 익숙해질 때가 되면 또 수학여행이 대뜸 끝나버립니다. 하지만 한 학년 모두가 모일 행사가 많이 없는 학교 특성 상 수학여행 조 임의 지정 제도는 여러 다른 학생을 만날 수 있게 돕고, 이때 맺어진 인연은 의외로 제법 오래 유지되는 편이에요.

 첫날 아침 센키쿠 역사에서 모이는 것으로 입학여행은 시작됩니다. 이후 도착해 밤부터는 레크레이션을, 이튿날에는 자유시간을 가집니다. 이튿날 밤에는 저녁 만찬 겸 파티를 하고 셋째 날에는 늦은 시간 기상해 근처 박물관이나 공원 등을 돌아보고 저녁 열차를 타고 돌아옵니다. 전체적으로 여유가 많고 그저 휴식만이 목적이라는 게 드러나는 일정이랍니다. 어쩌면 이런 일정 덕분에 많은 학생들이 수학여행에 불참 의사를 내보이지 않는 걸지도 몰라요.


 아무튼, 여러분은 이런 과정과 까닭으로 입학여행 1조에 모였답니다.


  2016년, 시요우 학원 1학년은 여섯 반으로 나뉩니다. 입학여행 조에는 한 반 서너 명씩 묶이고요.


 1반 선생님은 테니스부 고문을 겸하는 쿄야마 선생님입니다. 영어 과목 교사로 삼십대 후반 여성입니다. 우유부단하고 소극적인 성격이지만 수업이 쉽고 재미있어 좋아하는 학생들이 많아요. 게다가 학생들이 조금만 조르면 바라는 대로 들어주기 때문에 여러모로 인기인이지요. 사실인지 단순한 루머인지 반 배정 규칙 상 1반 학생들은 입학시험 성적이 좋다는 소문이 있던데…… 가만히 봐서는 모를 일이에요.


 2반 선생님은 공민(일반사회) 과목 교사, 사십대 후반 남성나가노 선생님입니다. 몸집이 큰 분으로 취미는 골프, 그리고 골프 이야기를 하는 것을 좋아하십니다. 교무실 나가노 선생님 자리 뒤에 걸린 큰 가방이 골프채 가방이라는 걸 모르는 학생은 없지요. 2반은 3반과 마찬가지로 채광이 좋은 곳에 위치해 점심 시간만 되면 잠이 쏟아진답니다. 일교차 큰 요즘, 아침에도 따뜻한 건 장점이지만 다가올 여름은 충분히 공포스럽습니다.


 3반 선생님은 역사교사 다테 선생님입니다. 사십대 후반 남성에 역시 운동이 취미인 분이라 2반 담임인 나가노 선생님과 사이가 아주 가까운 편입니다. 하교 후 번화가를 지나가다 보면 어느 날에는 두 선생님께서 포장마차에 나란히 앉아 있는 모습도 볼 수 있는데, 웬만하면 모르는 척 지나가는 게 좋을 거예요. 굉장히 시끄럽거든요…….

 덧붙여, 3반도 2반처럼 채광이 좋습니다. 아침에는 따뜻하고 점심 시간은 다른 교실에 비해 배로 포근하답니다.


 4반 선생님은 국어교사 미나모토 선생님입니다. 오십대 여성에, 문예부 고문을 맡고 있지요. 그야말로 모범적인 교사의 정석 같은 분이라 담임 선생님을 어려워하는 학생도 꽤 많습니다. 성격이 나쁜 분은 물론 아니지만 웬만하면 눈에 띄지 않는 게 좋을 거예요. 미나모토 선생님은 가정 방문이나 부모님께 연락 보고가 잦은 선생님으로 유명하시거든요. 또한 4반은 지각 기준이 엄격한 편입니다. 반드시 8시 10분까지는 등교해야 해요.


 5반 선생님은 국어교사 산노지 선생님입니다. 사십대 중반 여성에, 2학년 국어를 담당하고 계십니다. 올해 다른 학년을 담당하는 담임 선생님은 1학년 5반 선생님과 2학년 4반 선생님 두 분뿐이에요. 그래서 사이가 나쁠 것도 같지만, 반대로 이 까닭으로 선생님께서 반 학생들을 눈에 띄게 아껴주신답니다. 다만 이게 과해질 때가 잦아… 하교가 늦어진다는 단점이 있어요. 일과가 종료될 때마다 매번 길게 말씀을 하시거든요.


 6반 선생님은 수학교사 스기우라 선생님으로 삼십대 초반 남성입니다. 스기우라 선생님은 기간제 교사인데, 어떤 선생님의 빈자리를 채우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일주일만으로는 알 수 없어요. 다만 입담이 아주 뛰어난 선생님이라 수학을 어려워하는 학생들도 스기우라 선생님은 좋아한답니다. 잘생겼다고 좋아하는 의견도 있고요!

 6반 바로 옆에는 화장실과 계단이 있는데, 각각 장점과 단점을 가지고 있답니다. 장점은 편의시설이 가깝다는 것, 단점이라면 미묘한 추위와 돌아다니는 학생들로 유독 시끄러운 쉬는 시간이겠네요. 이를 걱정해 스기우라 선생님이 창문에 두꺼운 커튼을 붙여두셨는데… 사실 교실 안에서도 큰 소리는 난다는 게 반전이라면 반전입니다.


 시요우 학원에 진학하는 학생은 크게 네 부류로 나뉩니다.

 시라네 중학교 졸업생, 쿠즈오카 중학교 졸업생, 키라쿠 중학교 졸업생, 그리고 멀리서 진학한 학생입니다.


 시라네(白根) 중학교는 시요우 학원 가까운 곳에 위치한 명문 남녀공학 중학교로, 시요우 학원 입학생 절반 이상이 시라네 중학교 출신입니다. 명문 진학학교로 학생을 잘 보내 유명한 학교지요. 전교생이 약 천오백 명 정도로 아주 많고 부지도 시요우 학원의 두 배를 훨씬 웃돌아요. 시험이 유독 어렵고, 학생을 교사와 부모 양방향으로 힘써 관리하기에 시라네 졸업생은 모범적이지 않을 수는 있어도 불량한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합니다. 교복은 가쿠란세일러복으로, 만약 시라네를 졸업하고 시요우까지 졸업했다면 새까만 교복으로 6년을 보낸 게 되겠네요.


 쿠즈오카(葛岡) 중학교남자 중학교로, 개교 뒤 백 년보다 오랜 시간이 지난 전통 있는 학교입니다. 주변에 유일하게 존재하는 남자 중학교로 몇 년 전부터 공학으로 변경할 예정이라는 이야기가 돌고 있으나 아직까지는 소문일 뿐입니다. 인조잔디 운동장 질이 꽤 좋고 그 때문인지 운동부 실적이 대체적으로 걸출합니다. 그 중 가장 유명한 것은 축구부사격부로, 선수가 되고자 하는 학생들이 전문적으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학교는 여러 방향으로 지원합니다. 지정 숙소에서 합숙을 하거나 수업을 줄여 연습을 할 수 있게 돕는 것이 그 예시지요. 시요우 학원 동쪽으로 차로 삼십 분 거리에 위치하며, 교복은 남색 블레이저입니다. 다른 아파트 구역이라 동네 분위기가 다른 감이 있어요. 조금 더 공원이나 가로수가 많고 길이 잘 정돈되어 있는 곳이랍니다.


 키라쿠(季楽) 중학교는 학생 수가 삼백 명을 겨우 웃도는 작은 남녀공학 중학교입니다. 정확한 명칭은 키라쿠 대학교 사범대학 부설 중학교. 최근 들어서는 폐교를 화두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지요(만약 정말 폐교가 된다면 쿠즈오카 중학교와 통합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성적도 그럭저럭, 다른 분야도 그럭저럭 눈에 띄지 않는 학교지만 조경이 잘 되어 있어 학교에 방문객이 꽤 많습니다. 이런저런 드라마나 영화 촬영지로서도 유명하고, 연주황색 베이스의 블레이저 교복도 예쁜 편이에요. 시요우 학원 남서쪽 차로 이십 분 거리인 아파트 1단지와 2단지 사이에 위치하는데, 가까운 전철역은 센키쿠 역이 아니라 니시센키쿠 역입니다. 근처 아파트는 낡은 감이 있고, 빌라와 주택도 제법 수가 됩니다. 비교적 깨끗하지 못한 지역이에요. 주변 고등학교도 질이 좋지 않아 불량한 학생들도 은근히 있다나봐요.



 그 외, 멀리서 진학하는 학생도 찾기가 어렵지 않습니다. 이 근처 고등학교는 공립이나 전문학교뿐이라, 진학에 욕심이 있다면 시요우 학원으로 찾아오기도 하거든요. 그 외 여러 다른 이유로도 전철이나 버스를 타고 등교하기도 하지요. 이에 더해 기숙사가 완공되는 2018년 무렵에는 먼 지역 출신의 학생이 더 늘어날 전망으로 예측됩니다.